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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두부씨의 간암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 첫 증상과마음의 변화 모레면 두부씨가 퇴원한다. 오늘 밤이 지나고, 하룻밤만 더 자고 나면 그토록 그리운 우리 집으로 돌아간다. 병실 창밖 너머로 강변북로가 흐르고 있다. 저 길은 오래전부터 우리 인생의 한 구간처럼 반복되고 있었는데… 문득, 두부씨의 간암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29살에 우연히 여행길에서 담배를 알게 된 두부씨. 겉보기엔 평범한 남자였지만, 장남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38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주던 20대 청년. 친할머니는 늘 아버지만 챙기셨고, 아이들에겐 하대만 남겼다. 장남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보이지 않는 족쇄였고, 삶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규칙이었다.결혼 후에도 그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았다. 홀로 된 시아버지, 시할머니까지 책임지는.. 2025. 5. 13.
Chapter 6. 삶과 죽음 있던 하루 2018년 12월은 내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두부씨가 간암으로 입원해 수술을 받는 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해민 언니의 남편분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우리와 같은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병원이 얼마나 큰지, 같은 건물에 있어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다. 우리는 오직 카톡으로만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곁을 지키느라 아래층 식당에서 밥 한 번 같이 먹지 못했다.해민 언니는 남편이 자신이 곁에 없으면 몹시 불안해해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나 역시 두부씨를 지켜야 했기에 해민 언니 병실에 가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언니는 늘 깔끔한 분이었기에, 병실 생활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두부씨와 함께 산책할 때 종종 그 부부를 마주치곤 했던 기억에, 늘 마음 한켠이 쓰였다.드디어 두부씨의 .. 2025. 5. 12.
Chapter 5: 병실에서 1등 환자가 되다 두부씨를 첫 번째로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6시간이 걸린다는 긴 수술시간에 병실 앞에서 궁상맞게 기다리는 건 별로였다. 11월의 차가운 바람 속, 병원 주변에는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펼쳐져 있었다.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며 커피 한 잔을 들고 언니와 함께 걷고 있었다.언니는 나를 보며 “왜 이렇게 걱정도 안 하냐”고 나무란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궁상맞게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느니, 차라리 몸 관리라도 제대로 하며 보호자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긴 마라톤을 준비하는 게 내게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걷고 있던 중, 핸드폰에서 문자가 왔다. 수술이 끝났다고 한다. 생각보다 수술 시간이 의외로 짧았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린 수술이었고,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무작정.. 2025. 5. 8.
Chapter 4. 꿈속에서 찾아오신 엄마의 선물 각종 검사를 마친 뒤, 수술 날짜는 2018년 12월 20일로 정해졌다.우리는 짐을 주섬주섬 싸며, 수술 전엔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먹고 실컷 즐기자며 서로를 다독였다.짐을 싸는 내내 마음은 가볍기만 했고, 암이라는 현실은 여전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마치 어린아이처럼, 그저 병원을 퇴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짐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담당 의사 선생님이 급히 병실로 들어오셨다.갑작스럽게 수술 날짜가 11월 6일로 앞당겨졌다는 말에 나도 놀랐지만,두부는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왜 갑자기 바꾸냐”며 투덜거렸다.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이랬다.원래 수술을 받기로 했던 환자가 고열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해졌고,다음 환자는 병실이 없어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나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2025. 5. 7.
Chapter 3. 보헤미안 랩소디– 아픔을 넘어, 다시 삶을 노래하다 10월 말, 두부씨는 병원에 입원한 뒤 금식 상태로 지내야 했다.11월 3일까지 암에 대한 각종 정밀 검사와 추가 검사를 반복했다.검사를 받는 두부씨도 지쳐갔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 또한 마음이 아팠다.음식 앞에서도 젓가락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오후 늦게, 간호사님이 일요일은 검사가 없다고 알려주셨다.그 말을 듣자마자 우리는 오랜만에 외출을 꿈꾸었다.병원에서 외출증을 받아 들고, 강 건너편에 보이는 높은 건물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무작정 향했다.택시를 타고 도착한 영화관.우리는 고민할 틈도 없이 가장 빠른 시간대의 상영작을 골랐다.그 영화는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였다.소녀 시절, 친구들과 ‘퀸’과 ‘이글스’ 중 누가 더 멋진지 팀을 나눠 경쟁하던 추억이 떠올랐다.그 시.. 2025. 4. 28.
📘 Chapter 2.남편의 간암,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사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2018년 10월 31일.입원 수속을 마친 우리는 겨우겨우 2인실 하나를 배정받았다.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한 남자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부인의 모습이었다.“안녕하세요.”“네… 안녕하세요.”우리는 조심스레 인사를 나눴고,서로 병명을 물어보게 되었다.그분은 간경화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말투는 조용했고, 표정은 이미 많은 걸 내려놓은 듯 보였다.“치료요? 너무 힘들어요.이제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고 싶어요.”의사 선생님들도 병실을 여러 번 드나들었다.간곡하게 말씀하셨다.“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암은 싸워볼 수 있는 병입니다.”하지만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열심히 살았어요.그런데 이런 병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그분의 아내는 묵묵히 남편의 곁을 지켰다.말수가 적.. 202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