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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치유요리와 여행

Chapter 4. 꿈속에서 찾아오신 엄마의 선물

by 장샘이 2025. 5. 7.

각종 검사를 마친 뒤, 수술 날짜는 2018년 12월 20일로 정해졌다.
우리는 짐을 주섬주섬 싸며, 수술 전엔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먹고 실컷 즐기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짐을 싸는 내내 마음은 가볍기만 했고, 암이라는 현실은 여전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저 병원을 퇴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짐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담당 의사 선생님이 급히 병실로 들어오셨다.
갑작스럽게 수술 날짜가 11월 6일로 앞당겨졌다는 말에 나도 놀랐지만,
두부는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왜 갑자기 바꾸냐”며 투덜거렸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이랬다.
원래 수술을 받기로 했던 환자가 고열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해졌고,
다음 환자는 병실이 없어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퇴원했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이렇게 된 김에 그냥 하자며 두부씨를 설득했다.
묘하게 마음 한 켠이 가벼워졌다.

그날 저녁, TV와 인터넷은 유명 배우 신○○ 님의 장례식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우리가 입원해 있던 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이 진행되었고, 그 장면은 각종 메스컴을 통해 전해졌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교차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우리는 조용히 병실을 나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먼 발치에서 고인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그분께 작은 기도로 명복을 빌며, 말없이 서 있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나의 수술과 누군가의 이별이 겹쳐졌던 그날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다음 날, 11월 6일.
첫 수술을 앞둔 전날 밤, 보호자인 나는 병원에서 제공한 여러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문구가 반복된 종이들.
서명을 하며 비로소, “아,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실감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나는 두부씨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그냥 우리 둘이 신나게 놀자!”

두부씨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그렇게 걱정 대신 웃음을 택한 채 잠들었다.

그러던 새벽,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순간.
병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가 아주 고운 모습으로 아버지와 함께 들어오셨다.

“엄마, 왜 오셨어요?”
놀라 물으니,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두부가 걱정돼서 왔지.”

그리곤 아기를 품에 안고 자고 있던 두부씨 곁으로 다가가, 아기를 살포시 안아 품에 들고 천천히 병실을 나가셨다.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고 생생해서 지금도 그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수술은 잘 될 거야. 엄마가 오셨잖아.”

두부씨는 생전에 엄마께 정말 든든한 아들이었다.
사위라기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들 같은 존재.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부씨를 찾으셨고,
두부씨는 그런 엄마를 업고 여행까지 다닐 정도로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늘에서도 여전히 두부씨가 걱정되셨던 엄마는
그날 밤, 우리를 보러 다시 찾아오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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